1975년 동궁과월지(구 안압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전체 14면에 4~5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목재로 만들어진 특이한 모양의 주사위가 발견되었다.
주령구라 불리는 이 주사위는 신라 귀족들의 술자리에서 사용되었던 놀이 기구로 추정되며, 참나무로 제작되었고 가로, 세로 2.5cm 정사각형의 면이 6개, 2.5cm와 0.8cm 육각형의 면이 8개, 총14면으로 구성되었다.
주령구는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안타깝게도 진품은 복원과정에서 불에 타 소실되었다.
당시 목재로 만들어진 주령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약품을 침투시켜 서서히 건조해야 하는데, 빨리 건조하려고 오븐에 넣고 24시간 저온건조하는 과정에서 오븐기 불량으로 인한 과열로 불이나 주령구가 타버리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책임자들이 경찰서로 불려가 조사를 받고 3개월 감봉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 국보급 문화유산을 태워먹은 것치고는 처벌이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당시 발굴조사단장이 실측 자료를 기반으로 복제품을 만들어놨었는데, 현재 경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주령구 복제품이 그것이다.
주령구 놀이
술자리에 모인 귀족들이 돌아가며 주령구를 던져, 나온 글귀에 해당하는 벌칙을 수행하는 놀이
정사각형 6면
음진대소 (飮盡大笑) -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자창자음 (自唱自飮) - 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
금성작무 (禁聲作舞) - 음악없이 춤추기
삼잔일거 (三盞一去) - 술 석 잔을 한번에 마시기
중인정비 (衆人朾鼻) - 여러 사람 코 때리기
유범공과 (有犯空過) -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참고 가만히 있기
육각형 8면
곡비즉진 (曲臂則盡) - 팔을 구부려 다 마시기
농면공과 (弄面孔過) - 얼굴을 간지러움 태워도 참기
임의청가 (任意請歌) - 아무에게나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월경일곡 (月鏡一曲) - 월경 한곡조 부르기
공영시과 (空詠詩過) - 시 한 수 읊기
양잔즉방 (兩盞則放) - 술 두 잔을 즉시 비우기
추물막방 (醜物莫放) - 더러워도 버리지 않기
자창괴래만 (自唱怪來晩) - 스스로 괴래만 부르기